역사이야기/영국

워밍팬 스캔들: 영국 명예혁명 직전의 스캔들

엘아라 2008. 10. 30. 19:04

안녕하세요 엘입니다.

한때 공부하러 도서관에 열심히 다닌적이 있답니다.

그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서고에서 맨날 책을 읽었다죠..

(그래도 영어로 된 책만 읽었는데..ㅠ.ㅠ 크헉..성적은 왜 그모양이냐구요..ㅠ.ㅠ 역시단어를 알아야 외워야......ㅠ.ㅠ 뭐 지금 성적나오는것도 다 그때 책을 읽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ㅠ.ㅠ 크헉..)

 

그때 서고에 있던 영국사 책들중에 재매있는책들이 굉장히 많았는데..문제는 영어가 딸려서......ㅠ.ㅠ

어쨌든 그때 쭈욱 시대를 따라가면서 책이 꽂혀있었는데....

그때 명예혁명에 대한 책을 한권 봤답니다.

다른건 너무 어려워서 건너뛰었는데 워밍팬 스캔들이라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처음에 조금 읽으니 무척이나 재미있는 부분인거 같아서 그파트 전체를 열심히 해석한적이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대충 적당히 스캔들 부분만 읽고 넘어갔었다죠..ㅠ.ㅠ)

 

그래서 워밍팬 스캔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합니다.

 

워밍팬 스캔들이라는것은 1688년 여름과 가을에 영국에서 널리 퍼졌던 소문으로 당시 왕위계승자인 아들을 낳았던 제임스 2세의 왕비인 모데나의 마리가 실제로는 아이를 낳은것이아니라 아이를 낳는척하면서 워밍팬에 사내아이를 넣어서 왕비의 산실로 데려왔다는 이야기였다.

(워밍팬이라는것은 예전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을때 침대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침대안 숯을 넣던 기구입니다. 우리나라옛날 다리미랑 좀 비슷하게 생겼죠.)

당시 미묘한 정치 상황과 맞물려 이 이야기는 심하게 퍼졌고,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제임스2세는 의회를 소집해서 신하들에게 새로 태어난 아들이 자신의 친아들이 맞다는것을 확신시켰고, 더 나아가 신하들에게 새로 태어난 아들을 프린스 오브 웨일즈(왕위계승자)로 인정한다는 문서에 서명을 시킬정도가 되었다.

 

영국의 제임스 2세와그의 두번째 부인인 모데나의 마리

 

 

워밍팬 스캔들은 아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구체화되기 시작했었다. 당시 영국의회와 제임스2세는 매우 마찰이 심했다. 제임스2세는 아버지 찰스1세가 처형당한것을 똑똑히 목격했고, 때문에 왕권을 강화하려고 애를 썼고 의회의 반발을 샀다. 특히 제임스2세가 스스로 카톨릭신자임을 밝히고, 두번째 부인이자 왕비를 카톨릭 교도인 모데나의 마리(영국식으로 메리)를 부인으로 맞이하면서 의회와 국왕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제임스2세의 후계자였던 프린세스 로열 메리와 그녀의 동생인 앤은 신교도였기때문에 의회는 이부분에서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임스2세의 왕비 메리가 임신하게되자 상황은 바뀌게 된다. 카톨릭 왕위계승자를 인정할수 없었던 의회는 대책을 강구하게 되었고, 반면 영국내 카톨릭들은 큰 버팀목을 얻게 되는것이어서 결국 신구교간의 갈등 양상으로 진행된다.

 

 

제임스2세의 그의 첫번째 부인 앤 하이드 

 

먼저 왕비의 임신 사실이 공표된직후 영국에서는 왕비가 사실 임신한것이 아니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이소문은 곧 제임스2세의 장녀이자 당시 제1왕위계승자였던 오라녜공비 메리와 메리의 남편인 오라녜공 빌렘에게도 전해진다. 영국에서 오라녜공에게 보낸 편지중 하나에서는 '왕비의 배는 임신한 여성의 배같지 않아보입니다. 우리 아내들이 임신했들때와는 달리 납작해보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제임스2세의 큰딸이자 당시 제1 왕위계승자였던 오라녜공비 메리 

 

왕비가 임신한 기간 내내 영국에서는 왕비의 임신이 논란이 되었는데, 특히나 같은 여성이었음에도 신교도나 카톨릭이냐에 따라 왕비의 임신에 대한 견해가 달랐다. 신교측 여성들은 왕비의 임신 자체를 의심했다. 하지만 반대편인 카톨릭여성들은 왕비의 임신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특히나 왕비의 측근들중 일부는 왕비가 틀림없이 "아들을 임신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에 이것은 복잡한 논란을 야기시키는 일이 될뿐이었다.

 

제임스2세의 아들이 태어나자 소문은 잠잠해지는것이 아니라 더욱더 퍼져나갔다. 왕비의 아들이 친아들이 아니라 워밍팬에 넣어져서 밖에서 들여온 아이라는것이었다. 신교도측에서는 이 소문을 지어내지는 않았지만 나라 전체에 소문이 퍼지도록 노력했다. 반면 카톨릭교도들은 왕비에게 성모마리아의 이미지를 덧입혀서 그녀의 아들이 가지는 왕위계승권이 신성한것임을 강조했다.

아이가 태어난후 제임스2세의 사위인 오라녜공이 장인에게 아들의 탄생을 축하하는 편지를 보내자 몇몇 '친구'들은 경솔한 편지였다고 충고한다. 이것은 후에 자신의 부인인 메리의 권리를 지키는데 열심이었던 빌렘에게 좋은 구실중 하나가 된다.

 

 

 

제임스2세의 사위이자 조카인  오라녜공 빌렘

후에 영국의 윌리엄3세

  

 

영국 전역을 휩쓸었던 이 스캔들은 명예혁명직후 갑자기 흐지부지된다. 가장 큰 이유는 야심가였던 빌렘이 스스로가 영국의 국왕이 되길 바래서였다.  "가짜 웨일즈공"으로부터 자신의 부인인 메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영국에 왔다는것은 오라녜공 자신이 영국왕이 되는데 걸림돌이 되는 요인이었기때문이다. 결국 의회에서는 이 스캔들에 대한 이야기가 사그라 들었지만 , 너무나 널리 퍼졌던 소문이었기에 도리어 대중들에게는 언제나 흥미있는 논쟁거리가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관심가는 사람은 바로 메리의 동생이자 후에 언니와 형부의 뒤를 이어 영국의 앤여왕이 되는 앤공주였다.

앤은 왕비의 임신 초기에 이미 자신의 새어머니의 임신 사실이 진짜인지 의심스럽다는 편지를 언니에게 보냈다. 아이를 몰래 들여올꺼라는 소문역시 언니 메리에게 바로 전했다. 앤역시 신교도였고, 제2왕위계승자였기에 정치적으로 민감했을것이다.그리고 결정적으로 앤공주는 새어머니가 아이를 낳을때 궁에 있지 않아서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앤공주는 왕비가 아이를 낳을때 궁을 떠나 온천에 있었다. 때문에 공주는 새어머니가 낳은 아이가 친동생인지 아닌지 증명할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교도 측에서는 왕비가 앤공주가 떠날때를 노려서 아이를 데려왔다고 주장했고, 카톨릭측에서는 앤공주가 새로태어난 아기가 왕비의 정당한 아이라는것을 입증해야하는 사태에 직면하는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왕비가 아이를 낳을때 온천으로 갔다고 주장한다. 두가지중 어느쪽이 진실인지는 알수 없지만, 적어도 앤공주의 부재는 모든 혼란을 가중시켰다.

 

 

제임스2세의 둘째딸이자 후에 앤 여왕이 되는 앤공주 

 

앤은 이 문제에 대해 늘 관심이 있었고 다른이들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동생 제임스가 신교로 개종한다면 왕위계승자가 되는것을 허락하려했던것으로 보아서는 앤 역시 제임스를 자신의 동생으로 인정했으리라 추측할수 있다.

 

이 스캔들은 단순히 소문이었을뿐이었지만, 당시 치열한 왕위계승문제와 정치적 문제를 엿볼수있는소재가 되었다. 이 스캔들은 100년이 지난후에도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문제였다. 18세기에 그려진 영프리텐더(제임스2세의 손자)의 초상화 중 하나에서 영 프리텐더는 자신의 아버지인 올드 프리텐더(왕위요구자 제임스,제임스2세의 아들)의 그림이 그려진 워밍팬을 들고있다.

 

 

스캔들의 중심인 웨일즈공 제임스

올드 프리텐더

누나 앤이 후사없이 사망하고, 왕위는 그가 아닌 신교도이자 육촌인(..육촌이던가..) 조지1세에게 갑니다.

 

 

 

 자료출처 :

Revolution 1688-1689  중 The Politics of legitimacy: women and the warming-pan scandal 

(저자랑 출판사가 기억이 안난다죠..=0=)

그림출처: 위키피디어